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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직접 쓴 속죄의 노래로… ‘희망의 하모니’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6-04-04 (월) 17:40 조회 : 2345
경기 소망교도소서 합창 공연 

29일 오후 경기 여주시 북내면 외룡리 소망교도소 대강당에서 수형자들로 이뤄진 소망교도소합창단이 성악가, 가수 등 참가자들과 어우러져 합창을 하고 있다. 여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파란 수의(囚衣) 색깔이 멋진 정장 앞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수의를 입은 이들의 긴장된 표정은 여유롭게 웃음 짓는 성악가들과 대비가 됐다. 어정쩡하게 있던 손은 반주가 시작되자 힘주어 쥔 주먹으로 바뀌었다. 앙다물었던 입술을 떼고 입을 크게 벌렸다. 입술은 바르르 떨리고 목에 선 힘줄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내 죄를 속죄하며 살리라∼.” 

직접 쓴 가사가 공연을 보던 다른 수형자들의 가슴에 닿았던 걸까. 합창이 끝나자 객석에 앉은 수형자들은 앞서 걸그룹과 홍대 인디밴드가 화려한 공연을 했을 때보다 훨씬 큰 박수갈채를 보냈다.  

29일 오후 3시 경기 여주시 북내면 외룡리 소망교도소 대강당에서 열린 ‘도담도담 음악회’의 풍경이다. 이번 행사는 교정복지기관 ‘세진회’가 소망교도소의 도움을 받아 수형자자녀지원센터 건립 활동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소망교도소 수형자 17명으로 꾸려진 소망교도소합창단 외에도 성악가들로 구성된 서울바로크합창단, 아이돌그룹 에버브라운, 엘클립, 홍대 인디밴드 ASAP 등도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소망합창단은 최근 3개월간 매일 3시간씩 합창을 연습했다. 소망교도소 측도 합창이 교화에 도움을 준다는 판단 아래 적극 지원했다. 악보도 읽을 줄 모르는 이들이었지만 이제는 실력이 제법 쌓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충북 청주시에서 여주까지 찾아와 합창단을 지도하고 있는 성악가 김진성 목사(57·전 목원대 교수)는 “지금껏 많은 사람에게 합창을 가르쳐 봤지만 열의 하나만큼은 최고였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노래 가사를 직접 지어 전문가의 도움으로 새로운 합창곡을 내놓고 있다.

 

‘아빠를 향하는 천사의 웃음∼ 어디 갔나 우리 아빠 동생도 이제 산에 갈 수 있는데∼.’

A 씨는 아들(6)과 딸(4)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사에 담았다. 사업 실패로 진 빚을 갚지 못해 수형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네 살이던 아들을 데리고 집 근처 산을 오르곤 했었는데, 이제는 딸도 함께 등산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며 “내가 아이들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노래 가사를 지었다”고 말했다.

최준영 세진회 총무는 “재소자의 자녀들은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사회적 시선 때문에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합창으로 재소자의 교화를 돕고 그들 자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주=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